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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부리 아들과 어머니(5)

작은이순신 2023. 12. 30. 13:56

버부리 아들과 어머니

 

외딴 섬에 살고있는 어머니는 주말 오후 도착할 시간에 아들이 오지 않아 안절부절하십니다.

 

도시 딸에게 전화해서 동생한테 문자 넣어 어디까지 왔냐고 물어보라하고, 아들은 벌써 호수가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 하자  아버지는 통통배로 한달음에 달려가셨습니다.

 

극적으로 상봉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이상한 정적이 흐르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경운기 머리로 만든 배를 운전하라며 자존심을 살려 줍니다.  

 

건너편 10분 거리 고향 집 노지 선착장에는 어머니 미리 나와 말 못 하는 아들 뒤에서 눈물을 보이시고, 불쌍한 아이 내가 너를 제대로 낳지 못해 기다리게 하였다고 용서를 구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공장에 세차장에 고생하는 아들은 주말마다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보러오는 착하디 착한 효손, 효자..... 짐보따리를 벗자마자 1년 치 농사 감자 씨를 어머니와 함께 뿌립니다.

 

허리 굽은 어머니는 감자 반쪽을 적당한 깊이에 심고 있는 아들이 잘 따라 한다고 기분 좋아하시고, 그에 반해 아들은 큰 돌, 작은 돌 치우며 두 분 부모님을 더 걱정하고 있는데 속 깊은 모자지간 모습이 어찌나 따사로와 보이는지......

 

수몰되지 않은 고향 마을 산꼭대기 아래 평생을 살고있는 어머니는 매일 같이 자갈밭을 일구시며 아들과 며느리에게 너희들 (호수 섬에) 언제 들어올래, 라고 물으십니다.

 

버부리 며느리는 글 모르는 시모에게 남편이 90되면 들어오겠다 장난치고 어머니는 우리 죽고 나면 들어올래너스레를 떠시는데, 아들은 다시 고쳐 50되면 들어오겠다 합니다.

 

지금의 자갈밭이 내 죽을 때 쯤 보드란 흙이 되어있을거니 여기 들어와 살라 하신것은, 세상의 편견에 당하지 말고 너거들은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란 말씀으로 그 마음 애절하게 느껴집니다.

 

돈 달라 부모죽이고, 살려달란 새끼 죽이고..... 천륜을 저버리는 일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요즘 세상에 버부리 아들과 글 모르는 어머니가 몇 천배 났습니다.

 

버부리 아들과 필담을 나누기 위해 깨복쟁이 동갑 남편에게 ㄱ ㄴ ㄷ ㄹ 을 배우고 있는 어머니..... 위대하고 아름다워 글로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고향 강가 물안개에 내 새끼 잘되라며 밤낮으로 칠성님, 용왕님께 손 비비던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제작한지 2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된 방송을 보고 난 후

 

# 버부리 : 벙어리의 경상, 전라도 방언(서부경남 고향마을 사투리)